
황혜민(오로라 공주), 엄재용(데지레 왕자), 라일락요정(예 페이페이) @ 충무아트홀 대극장
유니버설 발레단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좋다. 화려하고 동화같고 아기자기한 그런 느낌. 무대나 의상에서도 약간 촌스러운 듯 클래시컬하게 꾸며지는 면이 있는데 나는 오히려 면이 마음에 든다. 특히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동화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아주 쉽다는 그런 발레. 교과서적인 작품이라더니 정말 동작 하나하나가 아주 기초부터 어려운 동작까지 다 녹아들어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공연이 끝난 후에는 참...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황혜민 발레리나는 생각보다 너무 작고 말라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1막, 2막 내내 어딘가 정신없어보이고 여유가 없어보였는데, 춤에서도 그런 점들이 아주아주 잘 드러났다. 1막에서 오로라 공주의 생일, 네 명의 왕자들과 함께 추는 로즈 아다지오. 공주가 턴을 할 때 발레리노들이 중심을 잘 못잡아줘서 불안불안. 축이 기울기도 하고 턴 후 몸 방향이 이상하기도 하고. 커다란 실수도 한 번 나왔다. 앞자리에 앉아서 당황한 무용수들의 표정이 스쳐가는데 나도 같이 아... 이외에도 황혜민 발레리나가 아라베스크 등 동작을 수행하면서 중심을 잡을 때 마다 손을 너무 심하게 부들부들 떨어서 불안했고 잔실수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안타까움.
2막에 처음 등장한 오늘의 데지레 왕자, 엄재용 발레리노. 춤은 괜찮았는데 좀 더 왕자만의 특별함이 돋보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황혜민 발레리나와 부부이자 파트너로서 3막에서 보여준 그랑 파 드 되는 아름다웠다. 신뢰감 있는 파트너, 엄재용 발레리노 덕분에 오로라 공주도 안정을 되찾은 것 같았음.
이번에는 오히려 다른 배역들이 눈에 띄었는데, 먼저 라일락요정 역 예 페이페이 발레리나의 춤이 여유롭고 안정적이어서 온화한 느낌의 요정을 표현하게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오로라공주에게 저주를 거는 마녀 카라보스 역의 오혜승 발레리나. 작품 통틀어 연기는 이 분 혼자 다함.
오로라 공주가 극 중 16살인데 기량이 어떨지는 몰라도 좀 더 어리고 생기발랄한 무용수가 역을 맡는 게 어땠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나는 엔딩 포즈의 중요성을 알았는데, 춤을 잘 추고 마지막에 실수하거나 어정쩡하게 끝나니까 박수도 한 템포 늦게 나온다. 그리고 생음악이 아니라 오디오를 틀어놓는 게 현장감이 더 떨어지는 것 같다. 공연장에 포토월 하나 없는 것도 좀...
작품 자체가 서사가 있다기보다는 아름다운 춤을 보여주기 위한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가뜩이나 뻔한 동화 이야기는 압축되어버리고 남는 건 무도회와 무도회이다. 마임은 번잡하고 춤은 그저 예쁘기만 하다. 흐름을 끊는 디베르스티망이 지루해지고 감동은 줄어든다. 원래 4시간 짜리 작품을 한국 관객을 위해 특별히 짧게 재구성했다는데 총 3막 각각 35분 정도에 인터미션 15분은 몰입 자체를 방해한다.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딛고 조금 더 나은 무대를 위해서 발레단 자체에서 고민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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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8 05:1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2015/08/18 18: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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