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921 런던 웨스트엔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Ollie Jochim(빌리), Nathan Jones(마이클) @ Victoria Palace Theatre

런던에서 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3일간의 짧은 여행에서 뮤지컬 한 편은 꼭 보자는 다짐. 영국 느낌이 팍팍 나고, 웨스트엔드에서 시작해서 흥행했으며,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 것 같은ㅠ 뮤지컬로 고르고 골라 예매한 빌리 엘리어트. 10주년인데 뭔가 더 특별한게 있을까 싶어서 기대감이 한껏 부풀었다. 하지만... 런던에서 뮤지컬을 보고 난 후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가장 큰 나의 패착은 바로 런던을 가는 길고 지루한 비행기에서 하필이면 예습한다고 빌리 엘리어트 뮤지컬 극장판을 본 것. 영화 외에 뮤지컬 버전의 빌리를 처음 봤다. 2014년 녹화된 이 버젼의 주인공은 바로 엘리엇 한나(Elliott Hanna). 생긴 것도 예쁘고 긴 팔다리를 이용해 아름다운 선을 만들며 춤을 추는, 정말 특별한 재능이 느껴지는 아이. 노래도 곧잘한다. 처음에 애티튜드를 성공했을 때 나는 전율했고, Solidarity 넘버 마지막에서 턴을 돌고 피니쉬 포즈를 잡을 때 나도 모르게 박수쳤다. 그리고 Electricity에서 춤을 추다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감정을 노래하는 부분에서는 주책맞게 기내에서 훌쩍훌쩍 울었다.

그렇게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도착한 극장은... 공사중이어서 도대체 이게 공연을 하는 극장이 맞는지 의구심. 그렇게 들어갔는데 티켓 부스에 있는 직원들이 불친절해서 정색. 그리고 공연 시작 전 로비에 앉을 곳 하나 없는, 포토존도 없는 분위기에 서성서성. 입장 후 내 자리는 Stall석(1층) 2열. 근데 무대가 높다. 그나마 2열은 나았지만 1열의 앉은 사람들의 표정은 마치 뮤지컬 팬텀 1열 사태를 보는 듯했다. 탭댄스인데 발목 아래가 다 짤리고 드러누우면 안보인다며... 이러쿵저러쿵 공연 시작. 그리고 끝.

흠. 실제로 보는게 조그마한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도 감동이 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만큼 배우의 실력이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주인공 빌리의 역할이 아주 컸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빌리에게서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기에 관극 기분이 처참했다.

주인공 Ollie Jochim은 작고 마른 곱슬머리 남자아이였다. 컨디션이 안좋은 건지 노래를 정말 못했는데 어린 아이고 노래 넘버가 적기 때문에 괜찮았다. 하지만 실망한 부분은 춤이었는데 분명 이 아이가 노력한 건 알겠는데 뭔가 extraordinary하지 않았다. 일반 관객인 나에게도 잠재력이 느껴지지 않는데 극중에서 이를 발굴해내는건 참 공감이 안가는 부분이었다. 실수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고. 하지만 복근이 선명하게 보이는 꼬맹이의 노력만큼은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리고 마이클 Nathan Jones. 이 아이는 그럭저럭 잘했는데 표정, 발성 등 연기 자체가 너무 Zach Atkinson과 비슷해서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아역배우들을 제외한 성인 배우들과 무대 세트는 모두 동일했고 괜찮았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남는 넘버 역시 Solidarity가 되었다. 직접 보니 경찰들의 각이 서있는 안무도 독특하고 파업중인 광부들과의 대치, 아이들의 발레 수업과의 연결, 빌리의 성장이 턴으로 표현되는 점 등 연출이 아주 멋졌고 훌륭했다. 음악도 아주 좋았구.

관극 후에는 나도 모르게 우리나라 뮤지컬을 생각하게 되더라. 우리나라 뮤지컬 수준이 정말 높아졌음을 또다시 깨달으면서 기뻤지만 동시에 가격 뻥튀기에 분노. 내가 본 자리는 관극 세 달전에 London-Discount-Theatre.com이라는 곳에서 25파운드에 예매했는데 5만원이 채 안되는 값이었다. 극장 규모는 디큐브나 샤롯데 정도 되어보이는데 우리나라였다면 11만원정도에 팔겠지. 그리고 프로그램북이 크기도 크고 사진도 많이 들어가있는데 단돈 5파운드. 우리나라였다면 만오천원 받았겠지... 아 욕 나올것 같애. 이상한 할인이나 초대권, 1+1 같은 것 좀 풀지말고 애초에 가격을 좀 합리적으로 세웠으면 좋겠다.

어찌되었든 나는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빌리 뮤지컬 극장판을 다시한번 보면서 또 한번 울었고 그렇게 빌리맘이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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