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324 국립발레단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




김지영(오로라 공주), 이재우(데지레 왕자), 한나래(라일락 요정), 김기완(카라보스)


올해 첫 발레 공연♡ 까먹기전에 리뷰 빨리써야지 하다가 보니 4월이네 에잇ㅋㅋ 예전 유니버셜 발레단 잠미녀를 봤을 때 너무 감흥이 없어서 고민하다 최근 꽤 좋은 퀄리티로 공연을 올렸던 국립발레단이기에 예매함.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에 가니 마음이 두근두근!

국립발레단의 안무나 의상이 나의 취향에는 별로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게 왠열. 샤방샤방한 의상이랑 블링블링한 무대세팅 너무 맘에 듬. 그치만 다리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스커트는 완전 별로. 춤을 추고 있는데 발 동작이 하나도 안보임. 그리고 왜때문에 오로라공주 의상만 그러함? 화려한 헤어피스와 컬러조합이 돋보이는 코르드발레, 반짝반짝한 요정들 사이에서 가슴팍에 조그만 장미 다섯개 붙어있는 의상이 다인 공주였다...

또 하나의 패착은 오늘 내가 본 김지영 발레리나가 오로라 공주와 이미지가 별로 안맞는 느낌이라는 것. 오로라공주는 열여섯이고 순진무구한 사랑스러움의 형상이라 생각하는데 성숙하고 차가운 느낌의 이미지였다. 2막 왕자의 환상속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오로라 공주 캐릭터와는 괜찮았지만 오로라 공주 춤의 하이라이트인 '로즈 아다지오'가 있는 1막에서 조금 그랬어ㅠㅠ

저번 유니버설에 이어 두번째로 생각한건데 오로라공주 역만큼은 조금 생기발랄한 느낌이 나는 젊은 무용수가 하는건 어떨까... 그래도 수석 발레리나라는 네이밍에 걸맞게 춤으로 보여줬으면 모든걸 상쇄시켰을테지만 이 날 실수가 잦았던 것도 참 안타까웠다. 관객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밸런스. 로즈 아다지오의 테크닉이 어렵다고 익히 들었지만 실수 없는 춤을 볼 수는 없는건지.

이러한 실수들에는 음악이 한 몫 한 것 같긴했다. 지난번 호두 때 음악이 너무 아름다웠는데 이번엔 박자가 좀 제멋대로라는 느낌. 무용수들이 리듬감을 살리기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내가 잠미녀에서 젤 좋아하는 라일락 요정 바리에이션에서도 중간에 박자감이 이리저리 휩쓸려서 발레리나가 맞추기 버거워했던 것 같기도하고. 오늘의 오케스트라는 무용수의 춤을 돋보이게 하는게 아니라 방해하는 느낌의 음악이었다. 아쉬움.
 
데지레 왕자역은 이재우 발레리노. 딱 등장하자마자 내가 왕자다! 라는 남다른 포스. 비율 미침ㅋㅋ 신장이 커서 그런지 춤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건 좋았지만 민첩함은 떨어지는 느낌. 그래도 파트너에게 신뢰감을 주는 무용수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영 불안하던 오로라 공주가 데지레 왕자를 만나니 춤이 한결 안정됐기 때문이다.

요정들의 춤이나 결혼식 디베르티스망 춤은 지루하지 않고 좋았다. 디베르스티망을 동화주인공들이 꾸미는데 그게 꽤 귀여웠다. 신데렐라가 왕과 왕비 옷을 정리해주기도 하고 개구리왕자가 일곱난쟁이들한테 뛰어가기도 하고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었다. 빨간 모자, 알리바바와 보석들 등 캐릭터와 의상, 안무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기억에 남는 공연 장면은 오로라 공주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악의 축 카라보스. 장막을 이용해 압축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게 좋았다. 그리고 또 인상깊었던 장면 역시 카라보스가 등장하는데 왕자&라일락 요정과의 전투씬이었다. 크고 기다란 검은 천을 이용해 무대를 뒤덮는데 드라마틱했다.

언제나 악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처럼 카라보스 역의 김기완 발레리노는 긴 머리를 휘날리며 무대의 곳곳에 있었다. 춤에서 약간씩 삐끗하는 게 있었지만 연기력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이 작품이 이렇게 재밌었나 싶을 정도로 빠져서 본 국립발레단 잠미녀. 다음번에 또 보완이 되서 공연이 된다면 아주 훌륭할 듯 싶고 기꺼이 또 보러갈거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